늦은 새벽, 배가 고팠다. 선반 위에 라면 한 봉지가 있었지만 차마 뜯을 수는 없었다. 설명할 수 없지만, 그 당시, 다섯 개 든 라면 묶음을 다시 선반에 채워놓기 전까지 꼭 한 봉지를 남겨두는 것은, 나에게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이었다. 잠시, 멍하니 서 있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. 허물처럼 쓰러져 있는 검정 비닐을 집어 그 안에 담긴 생쌀을 손바닥 위로 전부 쏟았다. 반 주먹쯤 잡히는 먼지들, 쌀알들. 그걸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. 차고 마른 알갱이가 으깨어지며 조금씩, 조금씩, 단맛이 났다. 그날 처음 알았다. 견디다 보면, ⠀⠀⠀⠀ 허름한 순간도 달콤해질 수 있다는 걸. ⠀⠀⠀⠀ ⠀⠀⠀⠀